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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함께 풀어보는 고사성어 이야기

뮤지컬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버나드 쇼 희곡 "피그말리온"과 신화이야기/사자성어 호언장담

by country06 2023. 4. 16.

안녕하세요? 영화 읽어주는 엄마, 영읽엄입니다.

 오늘은 올드 무비 매니아들에게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여배우 오드리 헵번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보여주는 동시에, 화려한 의상들과 노래들이 어우러져 볼거리가 풍부한 1964년작 뮤지컬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를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마이 페어 레이디는 영어를 그대로 우리말로 썼기에, 뜻을 번역하면 레이디 lady는 여성을 매우 높게 평가할 때 쓰는 단어로 숙녀, 또는 아가씨로 번역이 되고, 페어 fair은 공정하다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지만 아름답다라는 뜻도 있어서 나의 아름다운 아가씨가 아닐까 하네요.

먼저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려면 시대적 배경과 지리적 배경을 알아야 하는데요, 시대적 배경은 지금부터 100년전의 1900년대 초반이고, 지리적 배경은 영국의 런던이지요. 100년전의 이야기이다 보니 당시만해도 상류층, 귀족층 등으로 사람들의 신분차이가 매우 뚜렷하였던 시대로, 당시에는 하층민과 상류층이 쓰는 말도 많이 달라서 그 사람이 어떤 말을 쓰느냐로 인하여 어디 출신인지 어떤 신분인지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구분이 되었다고 하네요. 그런 시대적 배경속에서 당시 유능한 언어학자이며 부유한 상류층이지만 여자들을 무시하고 무례하게 대하며 결혼도 하지 않은 노총각 히긴스교수는, 길거리에서 꽃을 파는 하층민으로 언어도 매우 거칠게 쓰는 일라이자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는 그녀의 거친 언어를 교정하고 잘 교육하여 6개월안에 상류층 귀부인처럼 만들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칩니다. 히긴스 교수의 호언장담(豪言壯談) , 매우 호기롭고 자신감에 찬 당당한 태도의 말을 들은 지인 피커링 대령은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는지 히긴스교수와 내기를 하지요. 그리고 상류층들이 쓰는 언어를 배우면 꽃가게에 취직도 하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는 히긴스교수의 말에 끌려 그의 실험대상이 된 일라이자는 히긴스교수의 매우 혹독한 교육을 이겨내고, 어느 나라 공주라고 오해를 받을 만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하면서 완전한 숙녀로 인정을 받게 되지요. 그러는 과정에서 평소에 여자에 관심이 없고 매우 비판적이었던 히긴스 교수는 자신의 노력으로 새롭게 탄생한 숙녀 일라이자를 사랑하게 되지만, 여전히 자신을 길거리에서 꽃을 팔던 하층민처럼 대하는 히긴스교수의 태도를 지적한 일라이자는 그의 곁을 떠나지요. 그러나 결국 히긴스교수가 자신의 무례한 태도를 고칠 것이라는 암시를 보여주며 영화는 해피엔딩이 됩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나 간단한 이야기지요? 네 맞아요. 내용은 간단하지요. 그러나  이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역사를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인데요, 우선 이 영화 이야기는 버나드 쇼라는 영국의 극작가가 쓴 <피그말리온(Pygmalion)>이라는 희곡작품에서 시작이 되었고요, 작품의 제목 <피그말리온>은 아주 아주 옛날 그리스의 신화에 나오는 사람의 이름으로, 싸이프러스(Cyprus)섬의 뛰어난 조각가이지요. 그런데 어찌나 솜씨가 좋았던지 자신이 꿈꾸는 여인상을 상아로 조각을 했는데, 그만 자신이 만든 작품에 반하여 마치 그 조각상이 살아있는 여인인양, 매일 매일 조각상에게 입맞춤도 하고, 말도 걸고, 옷도 입히고 보석도 걸어주고 심지어는 우유처럼 하얗다는 뜻의갈라테아(Galatea;white as milk)”라는 이름도 붙여 주지요. 그러나 피그말리온이 아무리 사랑을 고백해도 생명이 없는 조각상이 무슨 답을 하겠어요? 그러니 피그말리온은 피가 마르네요.ㅎㅎ 그래서 그는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자신이 만든 조각상을 인간으로 만들어 달라는 기도를 간절히 하게 되고, 그의 기도가 얼마나 간절하였는지 기도에 감동한 여신은 그의 소원을 들어줍니다. 그리고 인간이 된 갈라테아는 피그말리온과 결혼을 하여 잘 살았다는 이야기이지요. 정말 놀랍지 않나요? 자신이 만든 작품을 사랑한 조각가가 매일 조각상을 사람이라 생각하고 사람처럼 대하니 정말로 사람이 되었네요!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움직인다 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 내용인데요, 믿으면 믿는 대로 된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인가 봅니다. 

그리스 신화 피그말리온을 주제로 만든 조각상

아무튼 이렇게 드라마틱한 내용이다 보니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예술가들의 그림이나 조각품으로도 표현이 되었고요, 20세기 초,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라는 희곡작가도 이 신화를 바탕으로 하여, <피그말리온(Pygmallion)>이라는 희곡을 썼지요. 멋진 작품을 만드는 조각가 피그말리온의 역으로는 히긴스교수를, 피그말리온의 정성과 노력으로 거친 돌덩이에서 인간으로 태어나게 되는 갈라테아 역으로는 일라이자라는 거칠고 다듬어 지지 않은 여성을 등장시킵니다. 그리고 신화처럼 히긴스교수는 온갖 정성과 노력을 다하여 일라이자를 아름답고 우아한 숙녀로 탄생시키고, 히긴스교수 역시 자신의 노력으로 탄생한 일라이자를 사랑하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피그말리온 신화의 현대판 스토리인가 싶지만 작가는 결말을 완전히 뒤집어 놓지요. 그는 “갈라테아가 생명을 받고 눈을 떠서 처음으로 피그말리온을 보았을 때 정말 그와 사랑에 빠졌을까? 왜 사람들은 당연히 그녀가 피그말리온에게 사랑을 느껴 결혼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자아를 가진 인간으로 탄생하였다면 자신에게 결혼 의사도 물어보지 않는 무례한 피그말리온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을 던졌고, 그런 의문의 답으로, 갈라테아역을 맡은 일라이자는 피그말리온역의 히긴스교수와 결혼하지 않고 떠난다는 결말을 암시하지요. 영화와는 완전 다른 결말이지요. 버나드 쇼라는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하여 그 시대의 상류층 사람들에게 너희들이 본래부터 잘난 게 아니다. 하층민도 교육만 잘하면 얼마든지 상류층처럼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러니 잘난 척하지 마라라는 메시지를 전하였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더욱 더 변화가 된 일라이자가 변하지 않는 히긴스교수, 즉 상류층 사람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 당위성을 강조하였다고 하네요.

작가의 의도를 반영하여 만든 1938년 영화 "피그말리온" 작가(왼쪽)과 출연배우들

그러나 이 작품이 처음 공연이 된 1913, 히긴스역을 맡았던 연극 배우가 작가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일라이자와 히긴스교수가 합치게 될 것 같은 결말을 암시하며 끝을 맺었고, 이에 화가 난 작가 버나드 쇼가 배우에게 따졌지만 나의 해석이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 줄 것이요라고 도리어 큰소리를 쳤으며, 그 배우의 해석대로 공연된 연극은 정말로 크게 성공을 하였다고 하네요. 그러나 작가 버나드 쇼는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이 된 연극의 결말을 인정하지 않았고, 1938년에 작가자신이 의도하였던 결말로, 작가가 직접 각색한 시나리오로 만든 영화 <피그말리온>이 제작되기도 하였지만 대중들은 작가의 의도보다는 그저 로맨스를 원하였는지 작가의 사후(死後), 즉 작가가 죽고나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타이틀도 달달한 느낌을 주는 <나의 아름다운 아가씨>라는 뜻의마이 페어 레이디로 바꾸고, 내용 역시 일라이자가 히긴스교수와 왜 결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타당성을 부여하여 로맨스 코미디 뮤지컬을 탄생시켰고, 그 뮤지컬의 흥행에 힘입어 이 영화가 탄생하지요. 그리고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결말이 된 이 영화 역시 흥행에 성공을 하는데요, 영화를 제작한 할리우드의 제작사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같은 정도의 대작을 꿈꾸며, 많은 제작비를 투자하였다고 하는데요, 당시 최고의 여배우 오드리 헵번을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하였고, 더불어 다양한 노래와 춤, 화려한 의상 등으로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170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임에도 전혀 지루함을 못 느끼게 만들었지요.

영화이지만 연극적인 면을 보여주는 장면. 화려한 의상과 노래등은 볼거리를 제공함

자 이제부터 엄마의 생각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 마지막 부분에서 히긴스교수의 무례함에 가출을 한 일라이자가 이런 말을 하지요

숙녀(lady)와 꽃 파는 여자(flower girl)의 차이점은 그녀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있지 않지요. 그건 그녀를 어떻게 대우해 주느냐에 있어요라고요이 말은 상대방이 나를 하층민처럼 대하면 여전히 하층민처럼 행동하게 되지만 상대가 나를 숙녀처럼 존중하고 귀하게 대해주면 나 역시 상대방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숙녀처럼 행동하게 된다는 말로, 상대를 대할 때 긍정적인 관심이나 기대를 가지고 대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라는 뜻인데요, 이런 현상을 피그말리온 효과영어로 Pygmalion effect 라고 하지요.  반대말로는 부정적 마인드가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온다는스티그마 효과(stigma effect)”가 있다고 하는데요, 한마디로 긍정마인드! 정말로 중요한 메시지가 아닌가 해요.

20세기의 요정으로 불리워졌던 '오드리 헵번'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

오늘은 영화를 재미있게 보기 위한 배경지식으로 <피그말리온>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다음시간에는 영화에 얽힌 숨은 이야기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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