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영화 읽어주는 엄마 영읽엄입니다.
이제 뜨거웠던 여름에서 계절이 바뀐 가을도 깊어 가고, 어느덧 11월이 되네요.
작년 이맘때 가을에 생각나는 영화로 “뉴욕의 가을”을 소개해 드리며 저에게는 너무나 좋았던 ‘손광성’님의 ”이 가난한 11월을”이라는 수필을 전부 다 읽어드렸던 기억이 나는 데요, 올해는 가을날에 보면 좋을 것 같은 영화, 1966년작 프랑스 영화 “남과 여(男과女)” 영어로는 a man and a woman인데요, 프랑스말 Un Homme et Une Femme 은 제가 못해서 제 티스토리 블로그에 프랑스말로는 써 놓겠지만 발음은 못 하겠네요. 이 영화는 제 연배나 그 이상의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영화보다도 영화음악으로 먼저 유명해졌지요. 왜냐하면 이 영화를 1966년에 프랑스에서 개봉을 하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79년 10월에 첫 상영을 하였으니 영화보다는 주제곡으로 더 먼저 알려진 거지요. 요즘 젊은 분들은 한국가요들이 유명하여 해외의 다양한 노래들을 듣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전의 엄마세대들은 미국의 팝송과 더불어 프랑스의 샹송, 이태리의 칸소네, 브라질의 삼바 등으로 분류되는 다양한 나라의 노래들도 즐겨 들었는데, 특히 프랑스 노래 샹송은 정말로 매력적인 노래로 다가왔고~ 그 중에 이 영화의 주제곡 “남과 여”도 너무 좋지요. 이 유명한 노래를 작곡한 분은 “프란시스 레이”라는 분인데요, 이분은 제가 이미 리뷰한 ‘러브스토리’ 영화음악을 만들고 주제곡을 작곡한 분으로 이 “남과 여”의 영화음악으로 빵! 하고 떴다고 하네요.
자 그럼 영화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드리면 이래요.
사랑하는 남편을 사고로 잃은 여자와 사랑하는 아내가 자신 때문에 자살을 하여 아픔을 가지고 있는 남자가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결국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하는 여자는 잠깐의 흔들린 마음을 다잡고 돌아서는 영화이지요.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카 레이서(Car Racer)로 유명한 장이라는 남자와 영화관계 일을 하고 있는 안이라는 여자가 있어요. 영화의 시작은 주제곡이 잔잔히 깔리면서 안이 딸과 함께 즐겁게 보내는 장면에서 장이 아들과 함께 즐겁게 보내는 장면으로 이어지지요. 알고 보니 장과 안은 각자의 배우자들과 사별(死別:죽음으로 헤어짐)을 하고, 비슷한 나이 또래의 아들과 딸이 있어서, 파리에서 좀 떨어져 있는 기숙학교에 맡겨 놓고 매주말에 와서 자녀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데요, 그날도 자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늦은 시간에 다시 기숙사로 데리고 왔는데, 그만 안이 기차를 놓쳐 난처한 처지에 놓였고, 이를 본 사감선생이 장에게 부탁을 하여 장은 안을 파리의 집까지 데려다 주면서 둘의 인연이 시작되지요.
그러면서 둘은 각자에게 배우자를 잃은 상처가 있음을 알게 되고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이라고 할까요? 점점 더 가까워지는데요, 카레이서인 장이 매우 위험한 장거리 자동차 경주에서 무사히 완주하고 우승을 한 모습을 티브(TV) 뉴스를 통해 본 안은 전보(電報, Telegram), 요즘식으로는 문자메시지를 보냅니다. “사랑한다고….” 이 메시지를 보는 순간 장은 파티장을 뛰쳐나와 몬테카를로에서 파리까지 거의 9시간이상이 걸리는 거리를 밤새도록 달리지요. 그 장면도 매우 인상적입니다. 비도 내리고 눈도 내리고 날씨는 정말 안 좋은데 그는 그런 것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오로지 그녀를 만나서 무슨 말을 할까 온갖 생각을 하며 그녀의 아파트에 도착하지만 그녀는 없네요… 당황한 그는 그녀가 아이들이 묵고 있는 기숙사에 갔음을 알게 되고, 다시 그곳으로 운전을 하여 달려갑니다. 정말로 긴 여정이지요. 드디어 그는 해변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과 안을 만나고,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만 전 남편의 사랑을 잊지 못하는 안은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거기에서 짧은 사랑을 멈추고 돌아서지요.
그러나 영화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조금 더 이어지면서 또 다른 반전을 보여주며 감동도 주는데요, 이 영화에서는 그 둘의 미래에 대해 정답을 주지 않고 끝이 나지요. 이런 점도 매우 매력적인 포인트인데요, 그런 점이 아쉬웠는지, 같은 감독과 배우들에 의해 1986년 “남과 여;20년후//20 Years Later” 라는 영화와 2019년 “남과 여;여전히 찬란한//The Best Years of a Life”로 연작이 나오면서 그들의 긴 인생에 대하여 답을 주긴 하였지만 흥행은 첫 영화만치는 안되었다고 하네요.
참고로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한 클로드 를르슈(Claude Lelouch, 1937~)라는 감독은 20살에 감독으로 데뷔하여 28살(한국나이 29살)에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예산이 많지 않아 단 3주만에 촬영을 마치고, 필름도 컬러필름이 비싸서 예산을 맞추려고 흑백필름과 같이 섞어서 찍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오히려 대부분의 장면을 차지하는 흑백 영상의 느낌은 마치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아, 흥행에 크게 성공하였고 감독은 이 영화로 많은 상을 받으며 감독의 입지를 굳히게 되지요.
이제부터 엄마의 생각입니다.
이 영화는 정말 영상미와 음악이 좋아요. 영화속에서 잔잔히 흐르는 주제곡과 함께 black and white, 즉 흑과 백의 색상을 이용하여 찍은 영상들은 두 사람의 흔들리는 감정의 과정을 정말로 기가 막히게 매우 잘 표현하는데요,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주인공들의 대사보다는 많은 부분을 ‘영상’으로 대신하면서도 감정전달을 잘 나타내지요. 그리고 당시의 프랑스 배우들은 할리우드 배우하고 차원이 어쩌면 그렇게도 달랐을까요? 여주인공 ‘안’으로 나왔던 아누크 에메(Anouk Aimee, 1932~) 라는 여배우의 신비스러우면서도 매우 글래머러스(glamorous)한, 정말 묘한 매력이 넘치는 느낌과 더불어, 상대역 ‘장’으로 나오는 장 루이 트린티냥(Jean-Louis Trintignant,1930~2022)이라는 남자배우 역시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연기를 하는데요, 참으로 “좋은 영화는 이렇게 모든 게 맞아 떨어질 때 완성이 되는구나” 싶더라구요...
그리고 죽은 남편의 사랑을 잊지 못하여 돌아서는 여자와 그 여자를 여전히 사랑하여 다시 그 뒤를 쫓아가는 남자… 정말 50여년전의 남자와 여자는 저랬구나… 하면서 지금 21세기라면 어떤 사랑이 존재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저랑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이윤기라는 감독이 2015년에 “남과 여”라는 같은 제목으로 우리나라 배우 ‘공유, 전도연’이 주연을 맡고, 전체 구성은 매우 비슷하지만 내용은 현대적으로 재해석을 하여 만든 한국영화가 있더라구요. 이 영화를 만든 이윤기라는 감독은 이 프랑스 고전 영화를 보고 새롭게 재해석을 하여 새로운 영화를 만들었으니 이게 바로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싶고, 기회가 되면 이 영화 꼭 보고 싶네요.
다시 본 영화로 돌아가서~~ 이미 리뷰한 “쉘부르의 우산”도 그렇고 “태양은 가득히”라는 영화도 그렇고 1960년대의 프랑스 영화는 참으로 영상미와 음악이 뛰어난 작품들이 많은데요, 같은 시대에 나온 이 영화 역시 “한 남자와 한 여자 즉 a man and a woman의 심리를 매우 잘 표현한 흑백의 영상미와 더불어 잔잔하게 흐르는 샹송의 음악들”이 매우 분위기가 있어, 무언가 스산한 바람이 부는 이 가을에 어울릴 것 같아 추천해 드리며,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감사합니다.
*** 위 내용은 유투브 채널 "영읽엄(영화 읽어주는 엄마)"에 방문하시면 라디오처럼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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