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가치 있고 좋은 영화들을 소개하는 영읽엄입니다.
오늘은 새로운 해를 맞이한 이 즈음, 여러분들이 보신다면 아주 좋을 고전 영화를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제가 이 영화를 보았을 때가 너무 어려서 그랬는지, 분명 이 영화를 본 기억은 있지만 정확한 내용도 생각나지 않고 감명 깊은 어떤 부분도 생각이 나지 않는 그런 영화였고, 오로지 기억에 남는 것은 주인공으로 나오는 “안소니 퀸”이라는 남자 배우가 연기를 아주 잘 했다는 기억만 남는 그런 영화였지요. 아무래도 어린 시절 소녀감성으로서는 “닥터 지바고”같은 가슴 저려 오는 사랑 이야기이거나 아니면 “로마의 휴일”같이 상큼한 이야기, 또 아니면 차라리 “클레오파트라”와 같은 스펙터클한 것이 있었어야 하는 데 그런 게 없었던 거지요. 그런데 놀랍네요. 이제 나이가 들어 이 영화를 보니 “아~~이래서 이 영화가 좋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네요. 엄마세대가 어렸을 때는 텔레비전에서 명절 특집으로 오래된 영화들을 곧잘 틀어주곤 하였기에 명절때가 되면 무언가 좋은 영화 한 편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곤 하여, 올해도 어김없이 작품을 골랐는 데 갑자기 “희랍인 조르바”라는 영화가 눈에 뜨이더라구요. 직간접으로 영화가 좋다는 얘기는 접했지만 딱히 제 기억에는 “안소니 퀸”이라는 배우 외에는 기억이 없던 영화인지라 관심이 없었지만, 갑자기 다시 한번 보면 어떨까 하여 선택을 하여 보았는 데, 정말 오랜만에 아주 탁월한 선택을 하였다고 생각이 드네요. 이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안되어 그만 저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면서 “그래, 이 영화는 나이가 들어서, 인생에 대해 무언가를 좀 알 때, 봐야하는 그런 영화구나!!” 하고 혼잣말을 했네요. 나이가 든다는 것…. 또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시작된다는 것…. 10대 20대 젊었을 때는 아무리 이야기해 주어도 소 귀에 경읽기라고 하나요? 사자성어로는 우이독경(牛耳讀經)~ 맞아요, 나이가 어릴 때는 귀에 안 들어오는 이야기들이 참 많지요. 그러나 50대 60대가 되면서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기 시작하네요. 아마도 그게 연륜이고 경험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인생을 살다 보면 고왔던 마음의 돌이 거칠어지기도 하고, 또 반대로 거칠었던 마음이 둥글둥글 고와지기도 하는데 여러분들은 어느 쪽일까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왜 이제 이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을까? 하는 짧은 후회를 하면서 여러분들에게 자신 있게 권합니다. 1964년작 “희랍인 조르바” 영어로는 “ZORBA THE GREEK” 정확하게 번역을 하면 “그리스인 조르바”인데요, 희랍인과 그리스인은 동일한 의미이지요. 아무튼 모처럼 만난 좋은 영화, 정말로 클래식이라고 말하고 싶은 옛날 흑백영화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 영화의 시작은 비가 쏟아지는 항구에서 그리스의 크레타섬으로 떠나는 배에 짐을 싣는 장면에서 시작이 되지요.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지는데 “나”는 나의 책들이 젖을까 안절부절하지요. 그러니까 그는 책을 사랑하는 지식인이었네요. 결국 거친 비바람 때문에 배는 출항을 하지 못하고, 대합실에서 배가 출항하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데, 좋지 않은 조명속에서도 책을 읽으려고 나는 노력합니다. 그때 갑자기 한 50대 정도의 건장해 보이는 남자가 그에게 다가와 자신을 고용해 달라고 부탁을 하네요. 그리스인인 자신은 무슨 일이든지 잘 할 수 있다고, 미국에서도 일을 하였고 광산에서도 일을 해봤다고 합니다. 그 소리에 나는 그에게 호감을 느끼고 고용을 하겠다고 계약을 하며 이야기를 하지요. “나”는 돌아가신 그리스인 아버지가 크레타 섬에 남긴 광산이 있는 데, 폐광이 된 그곳을 개발하여 가난한 마을 사람들에게도 혜택을 주고 싶다고 하지요. 자 여기까지만 봐도 “나”의 캐릭터가 나오네요. 나는 책을 사랑하는 문학도이자 영국인으로 유산으로 받은 광산을 개발하여 좋은 일을 하고 싶어하는 성품이 매우 좋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왠지 소심한 책벌레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고, 결혼도 하지 않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네요. 그러나 반대로 내가 고용한 그리스인 “조르바”는 인생을 많이 경험해 본 사람으로, 매우 현실적이며 종교, 민족, 관습 따위를 비웃고 무시하는 자유 분망한 사람인 동시에, 자신의 본능에 충실하며 과거나 미래보다는 현재를 중요시하는 캐릭터이지요.
나와 조르바는 크레타 섬에 들어가 광산을 개발하려고 노력하였지만 일은 생각보다 쉽게 풀리지 않네요. 그런데 단순하고 순진할 거라고 생각하였던 크레타 섬의 주민들은 폐쇄적인 섬에서만 살아서 그런지~~ 아니면 무지하고 가난하여 그런지 대부분의 옛날 씨족사회가 가졌던 못된 것들은 다 가지고 있네요. 그 마을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프랑스 출신의 오르탕스 부인이 외국인이며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척을 하고, 마을의 젊고 아름다운 과부가 그 마을 남성들의 성적 욕구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녀에게 집단적인 적대감을 표출하네요. 더 놀라운 일은 과부를 짝사랑하던 젊은 청년이 자살을 하자 마을 남성들은 집단으로 그녀를 포위해서 죽입니다. 놀랍네요, 그런 일이 벌어지는데도 씨족 사회의 끈끈함 인지 마을 사람들의 어느 누구도 말리는 사람이 없네요. 와… 인간의 무지 때문인가요 아니면 너도 이 마을에서 밥이라도 먹고, 이렇게 죽고 싶지 않으면 짹소리 말고 입을 다물라는 무언의 압박감 때문일까요? 아무튼 사람이 죽었는데도 마을 주민들은 모두 함구(緘口)합니다. 무서운 폐쇄 집단이네요.
거기에다가 프랑스 여인이며 마을 호텔의 주인인 오르탕스의 경우 그녀가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안 주민들은 국가가 다 가져가기 전에 우리가 먼저 가져가야 한다고 그녀가 죽기도 전에 그녀의 호텔에 난입하여 가재도구는 물론 음식까지 약탈하고 심지어는 그녀의 음식과 술로 파티를 엽니다. 많은 물건으로 가득 차 있었던 그녀의 방은 그녀의 시체가 있는 침대만 덩그라니 남아 있네요. 그런데 그 장면을 보는 순간 ‘그래도 양심이 있어서 망자의 마지막 안식처 침대와 이불은 있구나’ 하는 이런 생각보다도 어쩌면 그녀가 덮고 있던 이부자리와 침대도 누군가가 몰래 가져갈 수도 있을 것 같은 불안감이 들더라구요. 그 때 그녀의 장례식이라도 치뤄 주어야 하지 않겠냐는 나의 말에 조르바는 대답하지요. “어차피 종교가 다르니 이곳의 사제들은 장례식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이미 그녀는 죽었으니 무슨 상관이냐”고…. 그 말은 마치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게 살아있을 때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지, 죽고 나서의 화려한 장례식 따위는 나를 위한 허세일 뿐이지 망자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라는 말로 들리더라구요.
여기서 “나”는 이러한 일들을 겪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책으로만 보고 배웠으며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만 믿었던 그의 인생관이 조금씩 바뀌게 되지요. 그리고 나는 어처구니가 없게 끝나고 마는 광산 개발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큰 웃음으로 대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되면서 영화는 마무리가 됩니다.
자 이제부터 엄마의 생각입니다.
제가 해가 바뀐 새해 벽두부터 이 영화를 소개하는 이유가 있어요. 영화의 메시지가 멋집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다 보면 실패도 하지요. 그래서 실패할까 두려워 시도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희랍인 조르바”는 이렇게 말합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허리띠를 풀어 버리고 골치 아픈 일을 찾아 나서는 거예요”라고… 이런 말은 정말 젊은 분들이나, 한번쯤 시도했던 일이 실패로 끝나 좌절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필요한 대사가 아닐까 해요. 우리가 고생(苦生)했다 이런 말을 하는 데 여기서 고생의 한자를 풀어보면 “맛이 쓰다 하는 쓸 고, 살 생”으로 살아있기에 쓴 것도 느낀다는 뜻이 아닐까 해요. 우리가 죽어 있다면 고생도 없을 거니까요. 이 영화에서는 인생의 쓴 맛도 보고 단맛도 본 50대 이후의 관객이라면 정말 가슴을 치는 대사들이 많이 나오는 데요, 저에게 이 영화는 “내가 잘했던, 못했던 간에 이미 지나간 과거에 대해서 집착하지 말고, 또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도 두려워도 하지 말며, 오로지 현재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라”라는 메시지를 던지네요. 맞아요!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해가 바뀌는 이 시점에서 다시 내 자신에게 상기시키네요. 이랬었더라면, 저랬었더라면 하면서 이미 끝난 일에 대해서 현재의 나를 질책을 하거나, 또 미래는 이래야 하는데, 저래야 하는데 하면서 걱정만 하며 현재의 행복을 저당 잡힌다면, 도대체 나는 언제 행복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이 영화는 너무 인생을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오로지 현재 나에게 주어진 가족과 내 주변의 일에 감사하며 충실하게 집중을 한다면, 그 소중한 순간들이 모여 행복한 과거가 되고, 행복한 미래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주어 너무 좋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이 영화 꼭 보시고 올 한 해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과거나 미래에 내 행복을 저당 잡히지 마시고 오로지 오늘, 현재에 충실하세요. 영어로도 현재는 “PRESENT” 라고 쓰면서도 “선물”이라는 뜻이 있는데요, 살아있기에 현재는 선물입니다. 그래서 저는 많은 분들이 새해에는 현재에 충실하며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행복하고 건강한 한 해가 되시길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위 내용은 유투브의 "영화 읽어주는엄마, 영읽엄"에서 제 목소리로 라디오처럼 편하게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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